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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8.) 중앙일보 문화 📰 서걱이다 이은정 (시조시인 정혜숙)카테고리 없음 2024. 10. 29. 05:20반응형
🔸신문: 중앙일보
🔸일시: 2024년 10월 28일
🔸지면: 20면
🔸제목: 서걱이다 이은정
🔸기고: 시조시인 정혜숙
서걱이다
이은정
너와 나 사이에 서걱이는 그 무엇은
색색의 마음 닮은 낙엽이 그러하듯
속이 빈 현악기처럼 아픈 소리를 낸다
말하지 않고 말하는 가슴속 상처들
가을은 잔물결로 속삭이는 실비로
그렇게 다가와 스치듯 지나가고
잠깐만 한눈팔아도 나를 잃어버린다
너와 나 사이에 뜨겁던 사랑도
몇 번의 이유 없는 소리로 서걱거렸고
우리가 하나일 때도 가을은 가끔 슬펐다
◆이은정
창원 출생. 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조집 『서걱이다』. 제24회 경남시조문학상 수상.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진다. 가을비다. 이 비가 그치면 또 무엇이 우리를 덮칠 것인가. 생활의 깊은 골짜기로 또 어떤 무늬들이 만들어질 것인지. ‘속이 빈 현악기처럼 아픈 소리를 내’며 낙엽이 떨어지고 ‘잔물결로’ ‘속삭이는 실비’로 가을은 올 것이다. 계절은 ‘그렇게 다가와 스치듯 지나가고’ ‘잠깐만 한눈팔아도 나를 잃어버리’고 마는 생활의 단면들이 가을에는 더 스산하게 다가온다.
‘너와 나 사이의 뜨겁던 사랑도’ ‘이유 없는 소리’로 부딪치고 ‘우리가 하나일 때도’ ‘가을은 가끔 슬펐다’ 라고 시인은 우리들의 가슴 깊이 스미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묘사와 비유를 통해 밀도있게 구축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부딪침을 ‘서걱이는 그 무엇’으로 모호함을 드러내지만 그것은 종장의 ‘속이 빈 현악기’로 구체화 하기 위한 포석이다. 스산한 감정들을 ‘서걱인다’라는 청각적 이미지를 가져와 서정적 흡인력을 높이고 있다.
가을에는 누구나 서정시인이 되고 우울과 낭만의 감성에 빠지게 된다. 겨울의 문턱에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을 반추*하면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슬픔이라는 감정이 스며들면서 옷깃을 여미게 되지 않을까.* 반추: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함. 또는 그런 일.
시조시인 손영희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7440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