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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레사 책방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하는/책 2024. 12. 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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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두살의 기록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대역에 지나지 않아. 흘러가는 그림자 같은 거야."라는 소녀의 말처럼 사람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닌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의 나는 나의 본질적 가치와 이상을 반영하는 모습인가 아니면 타인이 기대하는 나를 연기하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가면인가?" 이러한 의문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나는 사유하는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존재한다. 진짜 '나'는 정적인 실체가 아니라 경험과 감정 그리고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유기적 존재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단일한 모습으로 정의될 수 없는 복합적인 존재임을 깨달았다.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모든 행위와 태도는 사유의 결실이며, 그 자체로 '나'인 것이다

     

     하지만 진짜 "나"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감정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행복, 슬픔, 기쁨, 고통과 같은 감정들은 각 순간마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나의 본질적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그렇다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일까?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마저 잊는 순간, 그리고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의 내면과 마주할 때. 이 모든 순간은 내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단순히 외부의 장애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형성되고 때로는 스스로 만들어낸 경계이며,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넘어야 할 내면의 산이다. 벽은 견고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불확실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본체인지 그림자인지 고민하며 나아가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그것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본체와 그림자가 서로의 소중한 분신이듯 우리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 역시 나를 이루는 중요한 조각들이다. 

     

     이 소설은 벽을 넘어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이야기하며 그 과정에서의 사랑과 상실, 고독을 통해 삶의 본질을 묻는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불확실함과 고독을 견디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결국 삶의 깊이를 이해하고 포용하게 된다. 도시와 벽 그리고 우리 자신은 어쩌면 서로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콜 포터, Just One of those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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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4  "그래도 그곳에 가기만 한다면, 나는 진짜 너를 만날 수 있는 거지?"
    📑p79  바다는 늘 똑같은 바다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인 동시에, 하나의 순수하고 절대적인 관념이기도 하다. 내가 바다에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느끼는 건 (아마도) 그런 종류의 엄숙함이다.
    📑p82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은 이제부터 무슨일이 일어날지, 무슨 일을 할지,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잖아, 안 그래?"
    📑p97  사람은 기억을 완전히 비워낸 채로 살아갈 수 없다. 물론 진실이 절묘하게 바꿔치기되거나 기억이 날조되지 않았다는 확증은 없다.
    📑p126  (그림자 왈) "당신은 어때요? 잘 지내고 있어요?
    📑p129  멋진 여름이었다. 나는 너를 좋아했고, 너는 나를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p134  네가 무슨 말을 꺼낸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p138  당연한 얘기지만, 때로는 그 당연한 것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p156  벌써 일주일 넘게 그 누구하고도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어. 내가 하는(혹은 하려고 하는) 모든 말이 내 의도와 다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느껴져. 그래서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어. 절대 침묵을 목적으로 한 침묵이 아니야.
    📑p172  나는 어두운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쯤이면 지구의 중심에 닿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내려간다. 주위 공기의 밀도와 중력이 점점 바뀌어가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고작해야 공기 아닌가. 고작해야 중력 아닌가. / 그렇게 나는 더욱 고독해진다.
    📑p181  그런 상대가 예고도 없이, 작별의 말도 없이, 설명다운 설명도 없이 당신을 떠나버린다. 당신이 서 있는 지표면에서 사라진다. 말 그대로 연기처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pp182-183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불합리할 만큼 갑자기 사라지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얼마나 격력하게 당신의 마음을 쥐어짜고 깊숙이 찢어놓는지, 당신의 몸안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흐르게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사무치는 건 자신이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이다. 자신이 손톱만큼의 가치도 없는 인간 같다는 느낌이다. 무의미한 종이 나부랑이, 혹은 투명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다. 손바닥을 펼치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점점 건너편이 비쳐 보인다ㅡ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당신은 논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원한다. 그 무엇보다 필요로 한다. 그러나 아무도 당신에게 그것을 건네주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에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을 위로하거나 격려하지 않는다(그런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p193  동시에 내 안에는 일관된 두려움이 있었다.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듣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는 채 단번에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다. 그 여자는ㅡ과거에 네가 그랬던 것처럼ㅡ아무 말 없이 내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겨진다. 텅 빈 마음을 안은 채./ 무슨 일이 있어도 또다시 그런 기분을 맛보고 싶진 않았다. 그런 꼴을 당하느니 차라리 혼자서 고독하고 조용하게 사는 편이 나았다.

    📑p387  죽음은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찾아왔다.

     

    📑p452  (고야스 왈) 무언가를 흉내내는 일도, 무언가인 척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할지 모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이. 당신 자신이니까요.  //  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p568  "다들 무언가를, 누군가를 원해요. 원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p651  (옐로 서브마린 소년의 의대생 형) "제가 생각하기에 도시를 둘러싼 벽이란 아마 선생님이라는 한 인간을 이루고 있는 의식일 겁니다. 그렇기에 선생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의식은 빙산과 같아, 수면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가라앉아 감춰져 있습니다."
     
    📑p684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p696  (열 여섯 소녀)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p739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시간이 머물러 있어도 계절은 순환한다. 
     
    📑p752  (옐로 서브마린 소년) 본체가 됐건 그림자가 됐건, 당신은 당신입니다. 그 사실은 틀림이 없어요. 어느쪽이 본체고 어느 쪽이 그림자인가를 따지기보다, 각자 서로의 소중한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맞을지도 몰라요."
     
    📑p754  내 의식과 내 마음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 내 마음은 어떤 때는 봄날의 들판에서 뛰노는 어린 토끼이고, 또 어떤 때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마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렇다, 마음이란 붙잡기 힘들고, 붙잡기 힘든 것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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