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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책방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밸리좋아하는/책 2024. 4. 29. 08:55반응형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L'ordine del tempo
The Order of Time
카를로 로밸리carlo rovelli
📚서른한살의 기록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밸리
📝 물질의 존재와 그 가치에 집중하다 보니 나의 관심은 자연과 양자역학의 영역으로 확장이 되었다. 관련 영화나 책을 보면 실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1%는 될지 의문이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논증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그 매력에 심취하게 된다. 영화든 책이든 제작에 있어서 사실이 기반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장면마다 어떤 문단들을 이해하는(?) 따라가는 과정에서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언젠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수준이 된다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내가 배움을 갈망하는 이유다.
석사 논문 최종 심사를 마치고 졸업하기 전에 교수님과 학업과정 중 선배로서 도움을 주셨던 변호사님을 모시고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대학원은 새로운 기회이자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되었던 나의 긍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대가 많이 되었다. 전공은 법학 중 형사법이었다. 수많은 판례를 읽고 전공책을 읽었지만,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법학의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알게되었다.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는 모든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표면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나는 그 과정 또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나는 그게 싫었다. 전공책과 내가 읽고싶은 책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아차차 TMI다. 아무튼 식사를 하고나서 이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에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아갔다. 문을 여는 순간 코 끝을 자극하는 새 책 냄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때 생각했다. "이 것이 낙이지."하고 말이다. 그 때 이 책을 발견했다. 책 제목과 저자의 이력에 끌렸다.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물리학자가 쓴 '시간'은 시간=거리/속력 에 대한 이야기일까?'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책. 읽고 싶은 책이었다.
에필로그를 펼쳐보니, 우리가 아는 시간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가만히 멈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영업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어서 제목만 받아 적었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은 3부 구성으로 1부는 시간에 대한 이론과 아리스토텔레스, 뉴턴, 아인슈타인의 에로 관념의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주었고, 2부는 시간이 없는 세상 즉, 시간이 아닌 사건으로 말하는 세상과 인간의 문법으로 존재하는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시간이란 변수가 없는 관계성에 대하여 말한다. 3부는 이 긴 이론의 끝에 있는 '나'를 돌아본다.
한때 부모님을 제외한 존경하는 위인으로 프랭클린을 꼽았고, 당시 좌우명은 '시간을 소중히 하자'였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내 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문득 '내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성과 행복의 원천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고 '인생에는 때가 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하겠지만, 꿈꾸는 일을 하는 것은 큰 행복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갔던 이유는 저자가 과학적 이론을 근거로 나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는 데 있었다. 많은 부분이 와닿았다. 특히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다.', ' 순식간에 지나가는 우리 존재의 짧은 주기의 소중한 순간을 강렬하게 음미하면서.'라는 문구를 읽으면서 저자의 삶의 태도에 대한 존경심과 더불어 내 삶의 태도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선, 노력이란 말은 상투적이긴 하지만 '열정'이 없다면 쓸 수 없는 말이어서 좋다. 이 말이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자.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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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p 가만히 멈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이 시간이다. 친숙하고 은밀하다.
📑 8p 현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다. 우리 눈에는 평평해 보이는 지구가 알고 보면 공 모양이라는 사실이 그렇고, 태양이 하늘에서 회전하는 것 같지만 정작 돌고 있는 것은 우리라는 사실 역시 그렇다.
📑 9p 시간의 흐름에 귀 기울일 때, 내가 듣는 것은 무엇일까?
📑 18p 어떤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어떤 곳에서는 빨리 흐른다
📑 20p 평지에서 시간이 더 많이 지연되고, 산에서는 덜 지연되는 이유는 산이 지구의 중심과 좀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24-25p 모든 시계에는 각자의 고유 시간이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도 고유 시간, 고유의 리듬이 있다.
📑 42p 결국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의 희미한 시각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53p 우주 곳곳에 잘 정의된 '지금'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환상이자 우리 경험의 부적절한 외삽이다. 비유하자면 무지개가 닿은 숲의 한 지점처럼, 직접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보러 가면 없는 것이다.
📑 73-74p 참조.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physique>>에서 "고요 속에서 아무런 신체적 경험이 없지만 우리 마음속에 어떤 변화가 생긴다면, 우리는 즉시 어떤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한다."고 말했다. 즉, 우리 내면에서 흐른다고 인지한 시간도 움직임의 척도다. 우리 내면의 움직임인 것이다. 아무 움직임이 없으면 시간은 없다. 시간은 움직임의 흔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뉴턴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간, 공간, 장소 그리고 운동을 정의하지 않겠다. 모두 잘 알고 있으므로... 다만 내가 관찰해야 할 것은 보통 사람들이 그러한 양들을 다른 개념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각 가능한 사물과의 관계로부터 인식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편견이 숨어 있는데, 이 편견들을 없애려면 절대적인 양과 상대적인 양, 참된 양과 겉보기 양, 수학적인 양과 통속적인 양을 구분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즉, 뉴턴은 사물이나 사물의 변화와 상관없이 '진짜' 시간은 흐르고, 모든 사물이 멈추고 우리 영혼의 움직임마저 얼어붙어버려도 '진짜' 시간은 냉정하게 그리고 동일하게 계속 흐른다고 보았다.
📑 98p 시간은 유일하지 않다. 궤적마다 다른 시간의 기간이 있고, 장소와 속도에 따라 각각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방향도 정해져 있지 않다.
📑 99p 이제 시간이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보자.
📑 105p 모든 과학적 진보는, 세상을 읽는 최고의 문법이 영속성이 아닌 변화의 문법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 180p- 185p 참조.
우리 자아를 형성하는 요소들은 여러가지 있다.
첫 번째는 우리 각자를 세상에 대한 '하나의 관점'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풍부한 상관관계를 통해 우리 모두 각각에 반영된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성찰하고 받은 엄격하게 통합된 방식으로 정교하게 설명한다.
두 번째 요소는 세상을 생각할 때 우리는 한결같고 안정적인 연속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세상을 그룹화하고 분류한다. 세상과의 상호 작용이 더 잘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왜냐면 우리의 삶은 사회적이어서 내면적 성찰이 아닌 타인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자아에 대한 개념이 형성된다.
세 번째 요소는 기억이다. 우리의 현재에는 과거의 흔적들이 떼 지어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역사'이고 이야깃거리다. 내게는 지금 쓰고 있는 문장의 흔적들로 가득 찬 내 생각들과, 어머니의 다정한 손길과,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온화한 다정함과, 청소년기의 여행들이 들어있다. 나의 뇌 속에는 이제까지 읽은 책들이 층층이 쌓여 있으며, 사랑과 절망, 우정, 그동안 내가 쓴 글과 들은 이야기들,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얼굴들이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이 사라져도 내가 존재할까? 나는 내 인생이 담긴 한 편의 장편소설이다.
📑 185p 우리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이해한다고 해서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 195p 참조. 그러니까, 시간은 본질적으로 기억과 예측으로 만들어진 뇌를 가진 인간이 세상과 상호 작용을 하는 형식이며, 우리 정체성의 원천이다.
그리고 우리의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것을 시작했다가 결국은 끝나기 때문에 고통이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과거에 혹은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 우리의 기억 속에, 우리의 예측 속에 있다. 시간은 고통이다.
📑 207p 우리는 더 많은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제대로 공식화 할 수 없는 질문들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208p 우리는 기억이다. 우리는 추억이다.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갈망이다. 기억과 예측을 통해 이런 식으로 펼쳐진 공간이 시간이다. 때로는 고뇌의 근원이지만, 때로는 엄청난 선물이다.
📑 208p 순식간에 지나가는 우리 존재의 짧은 주기의 소중한 순간을 강렬하게 음미하면서.반응형'좋아하는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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