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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책방 📚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안리타)좋아하는/책 2023. 10. 9. 14:58반응형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안리타
어떤이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를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보다는 서로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과 깍지낀 손이 예쁘게 보일 뿐이다. 바라보는게 즐겁다.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언젠가 나도 다시 사랑을 하겠지만,
사랑의 이면을 직면할 자신이 없다.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행복했던 시간 만큼이나
이별은 고통스럽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시작한다면
결코 가벼운 결정은 아니겠지..
..
📖
..
was Liebe ist,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 30p
다행이다.
아 보고 싶다. 라고 말해도
들키지 않는 이런 깊은 밤에는
너무나도 보고 싶은 밤에는 사랑을 가두고 걸었다
달빛 말고는 허락되지 않는 공터에서
오늘 밤에는
아무도 이 안으로 들어오지 마라.
📑 36p
나도 한때는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그게 전부였다.
다정한 시선. 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큰 세상이 필요한 것도, 방황도 자유도, 여행도, 더 많은 소유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다.
눈, 빛, 우리에겐 언제나 따뜻한 눈빛이 필요했다.
그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 37p
심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동물에겐
따뜻한 눈빛이 필요하다.
사랑, 단지 그것뿐이다.
📑 40p 오래 기다린 전화를 받고
보고 싶다고 말하려다가
그만 바빠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사랑이란 어쩌면 방어기제와 방어기제와의 만남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마음을 다했고 때로는 진심을 다했으나 진심이라는 것을 불안을 숨기는 속임수와 같아서 늘 변명으로 발현하고 기만으로 나타나고, 합리화로 변모하는 것. 그리고 모든 불안을 타인에게 전이하고 마는 것이다.
📑 65p 사랑은 몸의 언어를 통해 더 무르익어 간다. 서로를 은밀히 열어 줌으로써 마음을 확인하는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사랑을 체결하는 것 같다고 믿었다. 서로를 탐닉하는 행위만을 집중하고 있을 때면 더 이상 어떠한 담론을 이어나가지 않아도 좋았고 이해를 지속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렇게 동일한 완벽한 교감을 시도하며 서로는 서로가 하나 되는 황홀함을 재차 확인하고 싶어 했다.
📑 77p 나의 관심이 누군가에게 애착으로 향하는 건 누군가의 멸종을 암시하는 일이다. 진정한 이해와 사랑이란 상대의 생태와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고, 저편의 삶이 되어 보는 것 아닐까.
📑 85p 그 누구도 살아본 적 없는 시간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더라, 그 아픔을 알 수도 없더라, 당신이 되어 보아야 했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하고 당신을 살아보아야 했다.
📑 94p 그렇게 사랑은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Liebe, Leiden und Leben
이별과 이, 별 사이
📑 100p 내가 슬픈 것은, 당신을 바라보면서
내가 지닌 아름다운 빛이 점차 시들어가는 것이었다.
📑 101p 어떤 불안. 어떤 느낌, 어떤 기분 그것들이 점령한 어떤 상태, 모든 사회적 회로가 차단된 채 머물러 있는 그 공황 상태. 어쩌면 이것만이 나의 본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느낌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대문을 박차고 달려나감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진정 나답다고 자위하는지도 모른다.
📑 106p 생각하다 보면 아침이 오고.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고.
나는 아직도 알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고,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눈이 먼 사람.
📑 110p 아무도 모르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다
잠이든 밤이었다
📑 111p 슬픔의 감정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고 돌이킬 수 없어서 그 모든 것들을 포용하는 긴긴 밤에 속해서야 우리는 비로소 어둠으로부터 해방된다. 기다리지 않아도 아침이 찾아오는 것처럼 감정이라는 것은 순환의 일부인가보다.
...
우리가 다다른 계절을 살아서, 서로를 여행하는 것만으로 때로는 열병에 걸리기도 했지만, 어떤 나라의 사람은 이 슬픔의 기후만이 지속할 수 있는 까닭에 최선을 다해 슬플 것, 최선을 다해 울 것, 그것이 내가 나에게 내리는 유일한 명령이었다.
슬픔의 감정은 어두워 보이지만 실은 더 강한 빛을 지녔기에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따스한 빛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살고자 한다.
📑 112p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편지는 늘 환상에 의존했고 부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독백은 사랑이 되지 못했다. 문장은 이토록 사용할 수 없는 마음이라 무기력했다. 그건 마치 언어의 타고난 운명과 같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발생되는 독백을 기록한다는 것은 불행하게도 들어줄 이 없어 외로운 작업이고 당신을 떠올리는 것은 당신과 동시에 나의 상상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므로, 슬픔을 다 받아 적을 것.
당신에게 쓰는 편지는 그러니까 오로지 내가 나에게 수렴되는 위로의 방식이므로, 편지는 결단코 당신을 향하지 않는다. 이 편지는 당신에게 무해하다.
...
이것이 단지 나를 살리는 방식이라면, 위로의 방식이라면, 나는 끝나지 않는 독백을 밤새 말할 수 있는 유일자이므로, 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므로.
📑 114p 사랑에 관한 한 대단한 꿈은 없고 다만 누군가 만나는 것, 소박한 저녁 밥상 앞에서 하루 치의 대화를 하는 것, 우리 밤이, 밤이와 당신과 내가 손잡고 매 하루 저무는 노을 녘 가만히 산책하는 것. 기울어지는 어둠 속에서 어깨에 기대어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다가 잠드는 것.
그것이 내가, 당신과 사랑이라는 추상명사 앞에서 떠올리는 전부였다. 그 추상이 단지 나의 꿈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 현실 속에서 도무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나는 불가능을 여전히 사랑하는 중이다. 그것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랑의 한 방식이라면 그것을 사랑이라 쓰고 잠들어야지.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겨진 편지만이 어쩌면 가장 사랑을 닮았다는 것을.
우리,
끝까지 고백은 하지 말자.
아무도 모르는 긴긴밤엔 우리
아무도 모르는 깊은 사랑을 하자.
📑 116p 이 삶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이므로.
📑 117p 분명 사랑은 어떤 힘이 있다. 살아있는 느낌, 생명, 그것이 가진 생기와 싱그러움, 살고 싶게 만드는 힘.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사랑을 받는 이유도 있지만,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이기도 한 것이다.
📑 119p 세상의 어두운 면모를 다 보았다고 확신했던 내게도 사랑은 필요하다. 모든 분노와 불안, 악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큰 힘 역시 사랑이니까. 상처와 칼날조차 온순하게 하는 힘을 지닌 것이니까. 그리하여 나는 차가운 심장보다는 여전히 뜨거운 심장을 믿고 살아가고 싶다.
...
마음의 빙하기 속에서도 그 온도를 절대 잊지 않으려 한다.
📑 121p 우리는 사랑을 말하기 전에,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사랑이라고 착각하기 전에, 사랑이라고 확신 하기 전에,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이토록 긴긴밤을 저홀로 견디기 전에.
📑 122p 우리는 점차 이상한 고백을 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헤어지자고 발성하는, 당신을 알고 싶어요, 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 우리 가까워지지 말자. 라고 선을 긋는.
당신과 헤어지고 돌아와 한참을 앓았다.
Ueber die Liebe,
그리고, 사랑
📑 132p 분명 어두운 밤이었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별처럼 그때 우리는 무척 반짝였다.
📑 134p [서신] 가끔 혼자인 시간 속에서 점차 어두워질 때, 입을 열어 뱉은 첫 마디가 언어가 아닐 때, 손들이 당황해하며 종이 따위를 찾을 때, 어떤 한 단어를 적느라 너무 늙어버릴 때, 여기 없는 누군가에게 나는 자꾸만 고백하고 싶어진다.
거기서 뭐 해요, 꼭 나처럼 그러고 앉아서,
우리 그냥 사랑 그런 거 해요.
📑 135p 서로가 서로의 밤을, 어둠을, 말없이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영혼의 무한성을 믿을 수밖에 없다. 긴밀하고 단단한 세계가 아무도 모르는 어떤 밤의 어깨를 지탱해 줄 때, 한 세계와 한 세계가 오묘히 뒤섞이는 이것을 마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음을, 모음과 자음을 정성스레 자수하는 밤이 곱지 않을 수 없음을,
나의 서신이 부디,
고요히 당신의 마음 깊이 내려앉기를 바란다.
📑 137p 언제나 떨어지는 것들은 발끝에 모여있고 살아있는 생명들은 옆에서 옆으로만. 달려나가는 것이어서 우리의 고백이 약속을 얻으려면 너와 나 사이에 무한의 무질서를 다 걸어가야 했다.... 너와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팽팽한 장력을, 계속해서 넘어지는 무릎들을 세어보며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당신과 내가 그렇게 만나야만 한다는 것을. 물리학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이 궤변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를 고백해봐야 한다.
📑 138p 그러니까
어찌할 수 없는 이것을 마음이라 말해야 할까,
....
그리하여 자꾸만 이끌리는, 그것을 또 한 번 믿어 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 140p 긴밀하고 오묘하게 마음이 마음에 전달될 때, 한 세계가 스며드는 이 오르가즘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어떤 서신을 통해서 서로를 고백하고, 나누고, 사랑을 앓고, 또 사랑을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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