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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책방 📚 리타의정원좋아하는/책 2023. 10. 9. 11:21반응형
리타의 정원
안리타
📝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리타의 정원'은 차분한 초록색 책표지로 시선을 끌었다. 그 옆에는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사라지는 살아지는' 등 같은 작가가 쓴 책들이 있었고 이 책의 이야기가 궁금해 평소처럼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펴보았다.
꽃은 한파 속에서 아무리 보채도 피어나지 않는다.
때 되면 자연스레 개화한다.
기다리지 말 것. 조급해하지 말 것.
제대로 된 수렴을 거쳐야 하니
피어나기 전까진 태양, 물, 바람 실컷 맛볼 것.
잘 먹고 잘 잘 것. 그것만 할 것.
우리가 원하는 그것이 만발하려면
...
화사한 봄의 정원에서 꽃으로 만나려면, 우리.
다만 거기서 꽃대 안에서 각자의 시간을 다하기로 하자.
...
나의 정원을 바람에 실어 당신에게 보낸다.
리타의 정원 中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미처 지우지 못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내가 끊어낸 시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 그럼에도 그 순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따뜻한 눈빛과 장난스러운 웃음을 가진 '나'를 다시 찾고싶은 요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따뜻함과 차분함이 필요했다. 도움을 받고자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 이 책은 애써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사소한 감정들을 어루만져주었고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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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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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p 비가 내리거나, 어떤 계절의 온도가 살갗에 닿을 때, 혹은 산책을 하다가 일순간 어떤 풀 내음을 맡을 때, 감관은 재빠르게 아득한 과거의 통로를 지나 한 장면 앞에 데려다 놓는다. 여전히 눈을 감으면 나는 거기에 있고, 그 속에서 땀을 흘리던 내가 있고, 울었던 내가, 가만히 부는 바람을 맛보던 내가, 꽃향기에 취한 내가, 휘파람을 부르던 내가, 빗소리를 듣는 내가 있었다. 나는 오래 이날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 49p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생태가 있다. 다친 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있었으나 안타까운 마음에 손으로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곁에서 키운다면, 너무 예쁘고 안쓰럽다며 그 새를 자꾸만 만지면, 그 새는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나의 관심이 누군가를 향할 때 욕심이 될 수도 있다.
📑 59p 담아두고 모아두지 말자. 감당 안 될 만큼 쌓아두지 말자.. 그렇게 한 해를 정리했다. 모든 자연이 긴 월동에 들어갈 때면 그때 생각을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숱하게 다짐하고 또 비워내던 날들이 여전히 자주 떠오르곤 한다.
📑 63p 살수록 간절한 이 내력을 누가 알아줄까 싶지만, 삶도 죽음도 어쨌거나 나의 것이어서, 서로의 형편과 사정은 하나일 수 없어서 더 외로웠지만, 저마다 짊어지고 가야 할 생의 길이 있고, 인생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라 믿었다. 나는 나를 믿었다.
📑 72p 환한 달빛을 외면하지 못해서 밤을 새웠다.
📑 84p 흘러가고, 만나고, 부서지고, 다시금 사라지는, 그 찰나의 만남, 교환했던 마음과 눈빛들, 비로소 하나 될 수 없음을 현실 직시할 때, 다시금 드는 생각, 결국 모든 만남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
📑 106p 어여쁜 풀꽃 하나 만나게 될 때면,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쉴 때면, 시계가 닿지 않는 산 너머 능선을 바라보고 있을때면, 멈춰버린 마음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영원의 시간은 이 순간 내 마음에 원래 그렇게 있는 듯하다. 자유와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숨 쉬는 지금에도 있는 듯하다.
📑 107p
그저 가만히 저들의 대화를 경청할 것.
세상이 이 순간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내게 묻고 알려주는가.
나는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걸 배우고 있지 않던가.
그러니 나는 세상의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그 무엇을 고집하거나 주장하지도 말 것.
새벽 서리 풀잎이 어는 소리, 바람에 가지가 몸을 떠는 소리, 달이 서서히 차오르는 소리, 별빛이 대지에 내려앉는 소리, 언덕 패랭이꽃 한 송이 고개를 드는 소리, 그 곁에서 풀벌레 한 마리 잠이 드는 소리,
모든 영혼과 생명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
가만히 앉아서 침묵하는 순간에
세상이 내게 대화를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볼 것.
들을 것.
그것이 내가 겸손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향일 것.
📑 113p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온 자리에도 남아 있는 무엇은 분명있다. 여운이 있거나, 잔향을 지닌 사람들도 있고, 그런 문장도 있고, 그런 공간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할 길만은 없는 듯하다.
📑 159p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꽃은 공통점이 있다.
불립문자. 말 없이도 편안하고 위안이 되는 마음. 어쩌면 위로는 말이 필요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 161p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폴 틸리히
📑 164p 외로움과 달리 고독은 실존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생의 원천이다. 고독은 세계의 파장을 잠재우는 평정과 같으며, 넘어짐을 일으켜 세우는 마음의 중심축에 가깝다.
📑 173p 마음은 한순간 무너져내리기도 하고 한 발짝 도태되기도 하는 것. 그러나 마음은 또한 무너뜨려도 다시금 쌓을 수도 있는 것.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이며 나를 바라보는 일에 나태해지지 말 것. 넘쳐나면 비울 것. 또다시 넘쳐나면 또다시 비울 것. 매 하루 잊지 말고 그것을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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