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스크랩/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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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5.) 조선일보 오피니언 📰 살벌한 가을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8. 21:22
🔸신문: 조선일보🔸일시: 2024년 10월 25일🔸지면: A31면🔸제목: 살벌한 가을🔸기고: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만물이 삶의 기지개를 켜는 봄과는 대조적인 계절이 가을이다. 메마른 기운이 대지를 덮어 대부분의 식생이 말라간다. 이 무렵의 대표적인 한자 표현은 ‘숙살(肅殺)’이다. 행위의 엄격함을 가리키는 숙(肅)과 생명을 짓누르는 살(殺)의 합성이다.움을 틔워 무엇인가 자라나는 봄의 기운과는 아예 반대다. 서북(西北)에서 불어오는 가을의 찬바람을 오행(五行)의 쇠[金]로 인식한 점이 특징이다. 그 깡마른 쇠의 기운이 식생 등을 꺾고 잦아들게 만든다는 뜻의 단어가 곧 숙살이다. 그런 관념 때문인지 중국의 가을은 어딘가 스산하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경치를 찬탄하는 경우도 적잖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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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6.) 중앙SUNDAY 오피니언 📰 강물의 말을 받아적었다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8. 21:03
🔸신문: 중앙SUNDAY🔸일시: 2024년 10월 26일🔸지면: 31면🔸제목: [사진의 기억] 강물의 말을 받아적었다🔸기고: 박미경 류가헌 관장 ‘자기 안에 꽃이 있어야 꽃이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진가 지선희 안에는 ‘물꽃’이 있다. 수표면에 윤슬이 반짝일 때, 무너진 기슭에 드러난 풀뿌리에 강물이 걸려 휘돌 때, 어룽어룽 자갈을 내비칠 때, 빛의 굴곡에 따라 피고 지는 무수한 물꽃을 보는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 깊숙이 새겨진 이야기들이, 강물의 사연을 알아채게 한 것이다. 유년 시절, 어린 자식들을 먼저 앞세운 어머니는 속병이 깊었다. 물만 보면 속이 시원하다고, 물 같이 바람 같이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태화강이 가까워서였을 것이다. 작가는 울산에서의 성장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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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6.) 중앙SUNDAY 오피니언 📰 가을, 매미생각 안도현(시와 사색)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8. 20:56
🔸신문: 중앙SUNDAY🔸일시: 2024년 10월 26일🔸지면: 30면🔸제목: 가을, 매미생각🔸기고: 박준 시인 가을, 매미 생각안도현……매미는울기 위해지금, 울지 않는다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매미의 시절이 갔노라고섣불리 엽서에다 쓰지 말 일이다몸속에는 늘 꼼지락거리며 숨 쉬는 게 있는데죽어도 죽지 않는그게, 바로 흔히들 마음이라고 부르는 거란다 『바닷가 우체국』 (문학동네 1999) 가을은 사색(思索)이라는 말과 자주 어울립니다.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한걸음 더 들어가 깊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껏 즐길 수도 있고요. 사색은 말 그대로 어떤 대상이나 주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일. 다만 진정한 의미의 사색은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색(索)은 동아줄을 뜻하는 말이자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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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8.) 중앙일보 오피니언 📰 판도라의 정체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8. 20:48
🔸신문: 중앙일보🔸일시: 2024년 10월 28일🔸지면: 31면🔸제목: 판도라의 정체🔸기고: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서양의 신화적 전통에 따르면 세상 최초의 인간 여성은 추가적인, 그리고 해로운 존재다. ‘이브’ 또는 ‘하와’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창조주가 아담의 갈비뼈를 떼어 만든 그의 반려자다. 그녀는 유혹에 빠져 아담을 끌어내린 원죄의 장본인이다. 그래도 이브는 산통의 벌을 받고 모든 인류의 어머니가 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는 한 치도 모성적인 특징을 지니지 않은 사악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판도라는 단지 열면 안 되는 상자를 열어 재앙을 가져온 순진한 존재가 아니다. 그리스신화의 경전이라 불리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는 판도라를 ‘칼론카콘(kalon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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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5.) 중앙일보 오피니언 📰 매듭이 필요한 순간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5. 23:30
🔸신문: 중앙일보🔸일시: 2024년 10월 25일🔸지면: 23면🔸제목: 매듭이 필요한 순간🔸기고: 김현예 도쿄 특파원 생쪽에 국화, 장구, 매화, 병아리에 파리, 잠자리까지. 부끄럽게도 다양한 이름이 붙은 우리 매듭 종류가 무려 38가지나 있다는 사실을 안 건 김혜순 매듭장(국가무형문화재)을 만나고 나서였다. 55년간 매듭짓는 일을 해온 그의 나이는 올해 80세. 지난 23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위해 도쿄를 찾은 그를 만났다. 김 매듭장은 실 이야기부터 꺼냈다. 먼저 여러 가닥의 실을 짜 매듭의 원형 같은 끈목을 만든다. 이 끈이 만들어진 뒤에서야 매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기본형으로 불리는 38가지 매듭을 수직으로 엮어가며 작품을 만드는데, 우리 매듭의 특징인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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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5.) 중앙일보 오피니언 📰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한 번쯤 놓아보자”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5. 23:15
🔸신문: 중앙일보🔸일시: 2024년 10월 25일🔸지면: 28면🔸제목: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한 번쯤 놓아보자”🔸기고: 고진하 목사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시게타의 잠언. 손에 움켜쥔 것이 내 몸과 마음을 밝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면 계속 쥐고 있어도 무방하리. 하지만 손에 쥔 것이 우리 삶을 더욱 바쁘게 만들고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는 스마트폰 같은 것이라면 그걸 계속 쥐고 있을 이유가 없다. 퇴근한 후 휴식을 취할 때나 공휴일 같은 날에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누려보자. 이렇게 생활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으면 삶의 질이 달라지리.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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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5.) 중앙일보 오피니언 📰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5. 23:00
🔸신문: 중앙일보🔸일시: 2024년 10월 25일🔸지면: 28면🔸제목: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기고: 권석천(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의 배경은 1940년대 나치 독일의 유대인 수용소다. 어느 날 수용소에 끌려온 한 남자가 “나는 유대인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이라고 주장한다. 이 소식을 접한 나치 장교가 그를 불러 페르시아어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동생이 있는 테헤란에 가서 식당을 열고 싶다”는 거다.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가짜 페르시아어를 ‘발명’해나가는 과정은 위태롭기만 하다. 영화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장교의 태도였다. 그는 유대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직분인 식당 관리에 충실할 뿐이다. 살인자들을 배불리 먹이는 일을 하면서도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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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3.) 한국경제 오피니언 📰 "고개 빳빳 자만 말고 서릿발 딛듯 신중하라"신문스크랩/오피니언 2024. 10. 25. 22:50
🔸신문: 한국경제🔸일시: 2024년 10월 23일🔸지면: A33면🔸제목: "고개 빳빳 자만 말고 서릿발 딛듯 신중하라"🔸기고: 고두현 기자 ■ 상강(霜降) 아침에서리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고서릿발은 밑에서 위로 솟는다찬서리 속에 피는 국화의 절개겉모습·향기보다 정신 더 빛나남에게는 봄바람같이 부드럽고나에겐 가을서리처럼 엄격해야고두현 시인 벌써 상강(霜降)이다. 서리(霜)가 내리기(降) 시작하는 절기. 이맘때면 온갖 수풀이 시들고, 나뭇잎은 푸른빛을 잃는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비움의 과정이기도 하다. 쇠락의 계절에는 배울 게 많다. 처음 내리는 서리는 ‘첫서리’, 평년보다 빨리 내리는 서리는 ‘올서리’라고 한다. 올해 설악산에 내린 첫서리는 예년보다 빠른 올서리다...